Francis ‘Fanny’ Burney
프랜시스 ‘패니’ 버니 라는 여류 작가가 있다는 사실을 오늘 처음 알았다.
큐가든에 대한 원고를 준비하다가 만난 여인이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가 초상화를 보니 인상이 너무 좋아서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거추장 스러운 모자만 벗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걸치면 지금 21세기를 활보해도 좋을 얼굴이다.
본래 찾고자 했던 것은 건축가 윌리엄 챔버스William Chambers가 1763년에 발간한 큐가든 도면집이었다. 장면컷을 여러 점 그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로얄 컬렉션에 수집본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온라인에 들어가 Chambers를 입력하니 정말 여러 장의 큐가든 동판화 사본이 올라왔다.
그 중에 화이트 하우스만 별도로 그린 것이 있기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화이트 하우스는 프레데릭 왕자 부부가 살던 곳이고 나중에 조지 3세 부부가 여름 거처로 이용했다고 한다.
설명을 읽어보니, “페니 버니가 말하기를, 화이트 하우스는 집이 작고, 어둡고 유행에 뒤떨어졌지만 왕의 가족들은 순전히 아무 격식없이 시골 잰틀맨들처럼 편안하게 살기 위해 이 집을 찾았다.” 라고 했다. 패니 버니가 누군지 밝히지 않은 채 인용한 것을 보니 셰익스피어처럼 널리 알려진 인물인 듯 했다.
찾아보니 18세기에 활동했던 여류 작가란다.
1778년 익명으로 에블리나Evelina라는 소설을 썼는데 이것이 바로 인기를 끌었단다. 1782년 세실리아, 1796년에 캐밀라라는 소설을 발표했으며 그 제목이 말해 주듯, 여인들의 이야기인데 젊고 지적인 소녀들의 성장기를 다루었다고 한다. 이로써 패니 버니는 소위 말하는 Novel of manners라는 장르를 창조했단다. Novel of manners를 한글로는 ‘가정소설’로 번역하는 것 같다.
1814 마지막 소설 더 원더러 The Wanderer를 발표하고 더 이상 소설은 쓰지 않았던 것 같은데 그 대신 일기를 꼼꼼하게 썼다고 한다. 패니 버니는 궁중에서 실제로 샬롯 왕비의 궁녀로 일을 했으며 일기를 써서 궁중 생활을 상세히 묘사하였고 그것이 사후에 출판되었단다. 제인 오스틴이 흠모하였다고…..
다행히, 구텐베르크 프로젝트에서 그녀의 전작을 디지털로 제공하고 있다. 옛 사람들을 이해하려면 그 사람들이 직접 쓴 글을 읽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어 보인다. 후세의 역사가들이 쓴 글들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이 경우 어디까지 해석이고 어디까지 사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읽을 거리가 점점 늘어가는데 재미있는 건 18세기 영국을 알기 위해 찾은 책들이 모두 여성 작가들이 쓴 것이라는 사실.
큐가든에 있는 여러 궁전 중 ‘화이트 하우스’라고 불렸던 것으로 조지 3세와 가족들이 여름에 남들처럼 평범하게 지냈던 곳이라고 한다. 본래 있던 궁전을 윌리엄 캔트가 팔라디오 풍으로 개조했다. William Chambers 그림. 출처: Royal Collection Trust/© Her Majesty Queen Elizabeth II 2014
본문과의 관계
- 환경과 조경, 2015년 5월호, 100 장면 > #47 – 큐가든
© 100 장면 비하인드 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