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건축학을 공부하는 대녀代女가 있다. 대모를 잘 둔 탓인지^^ 에라스무스 장학금을 받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에서 일 년 공부하고 돌아왔다. 그때 용돈과 함께 가거든 수퍼킬렌에 다녀오라는 것과 간 김에 사진 몇 장 찍어서 보내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가는 날 비가 내렸다 개었다고 한다. 성실하게도 사진을 보내왔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곳. ‘수퍼킬렌’은 덴마크 코펜하겐에 조성된 ‘쐐기’ 공원이다. 도시 구역에 쐐기처럼 비집고 들어갔다는 뜻이다. BIG, 토포텍1과 수퍼플랙스 세 그룹의 공동 작품으로 2008년에 출발하여 2012년에 완성되었다.
바닥을 붉은 색으로 칠한 파격성 외에 수퍼킬렌 공원의 또 다른 특징은 전 세계에서 공수해 온 108 점의 독특한 시설물들이다. 벤치, 시계탑, 휴지통, 맨홀 뚜껑, 자전거 거치대, 운동 도구 등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한데 이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동네라는 점을 내보이기 위함이었다.
정통성을 보여주기 위해 모방 제작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각국에서 보내왔다고 한다. 어디서 어떤 아이템들을 가져와 어디에 배치할 것 인지를 디자이너들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과 여러 차례에 걸쳐 격렬하게 토론했다. 아마도 각 국가 대표들이 자기들 것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하고자 하지 않았을까.
공원은 모두 세 개의 구역으로 구분된다: 붉은 색 구간, Red Square은 음악이 연주되는 이벤트 공간이고 검은 색 구간 ‘Black Market’은 일종의 옥외 거실이며 녹색 구간 Green Park은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수퍼킬렌의 디자이너들은 사진 작가 이완 반Iwan Baan을 초대하여 공원의 이용 행태를 다채롭게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반은 수퍼킬렌이 도시 속의 무대와 같아서 <시민들이 이를 점령하여 이용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공원이 된다>는 사실을 마치 밑줄 치듯 드러내 주고자 했단다.
왼쪽 사진과 아래의 사진은 Iwan Baan이 찍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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