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보주 광장 정원
Place des Vosges côte jardin
컴퓨터 바탕 화면을 정리하다가 거기 저장해 둔 사진 한 장을 보고 한참 생각했다. 내가 이 사진을 왜 바탕 화면에 저장했을까. 어딘가 손쉽게 쓰려고 그랬겠지. 파리의 보주 광장을 찍은 사진이었다. 이 광장에 얽힌 사연이 먼저 떠 올랐다. 2004년도 5월에 파리에 갔을 때 우연히 발길이 닿은 곳이었다. 마음에 들어 사진을 몇 컷 찍고 안내판에 조감도가 나와 있기에 그것까지 찍었었다.
한국에 가서 우연히 파리에서 유학한 동료를 만났다. 문득 그 광장 정원이 떠 올랐다. 그에 대해 물어보려 했는데 광장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 왜 그 빅토르 위고 광장 있잖아요~” 했다. 그 동료는 도리질을 했다. “빅토르 위고 광장은 모르는데요. 그런 게 있었나?”. “있을 거예요. 내가 분명히 보고 왔으니까요.”
빅토르 위고 광장으로 착각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주변 건물 중 빅토르 위고가 살았던 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빅토르 위고 박물관으로 쓰는 것 같았다. 빅토르 위고쯤 되면 그의 이름을 따서 정원 이름을 정하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나중에 알고 보니 빅토르 위고 정도 가지고는 명함을 내밀 수 없는 고급 동네였다.
박물관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우연히 발길이 닿은 곳이라 다음 행선지로 걸음을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같이 갔던 남편이 보주 광장 정원에 별로 흥미가 없어 자꾸 가자고 재촉했다.
암튼 그 동료는 그런 거 없다고 끝까지 주장했고 나는 계속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까맣게 잊었다.
나중에 100장면에 필요한 사진을 찾다가 – 아르누보 스타일의 파리 메트로 사진 – 내친 김에 파리에서 찍은 사진을 죄다 정리하면서 보주 광장 사진을 다시 만났다. 그때 안내판 사진을 보니 거기 떡하니 “보주 광장 정원La place des Vosges côte jardin”이라고 써 있는 것이 아닌가. 그 동료와 오래 연락이 없어 그 말을 전할 길이 없는데 아마도 이미 잊었을 지도 모르겠다.
궁금해서 구글에 검색해 보았다. 거기 이렇게 소개되어 있었다.
보주 광장은 파리의 5대 로얄 광장 중 하나로서 파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광장에 속한다. 정사각형이며 140m x 140m의 규모다. 앙리 4세가 명하여 루이 메트초라는 건축가(1559-1615)가 설계했다. 1605년~1612년 사이에 조성되었다. 파리의 첫 번째 도시 광장이다. 루이 13세와 오스트리아의 안나 공주/ 엘리자베스 공주와 필립 왕과의 더블 웨딩을 기념하기 위해 이 광장을 오픈하고 여기서 기사 토너먼트를 개최했다. 이때 앙리 4세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주변 건물이 고급이고 콤팩트한데 내로라 하는 높은 신분의 귀족들, 추기경 등이 살았던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광장 이름 변천사가 흥미롭다. 여러 차례 변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800년에 보주 광장으로 개명했는데, 그 때 혁명 세금을 모범적으로 완전히 납세한 고장이 보주 주였고 혁명 정부에서 이를 칭찬하고자 파리 최고의 귀족 광장 이름을 그리 붙인 것이라 한다. 왕권이 잠시 회복되었을 때 다시 로얄 광장으로 되돌렸다가 1870년 최종적으로 보주 광장이 되었다고 하니 왕실에서 신경 쓸 정도의 중요한 광장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내 개인적으로는 빅토르 위고 광장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암튼 이제는 사진을 바탕 화면에서 지워도 될 것 같다.
관련 장면: 096 장면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 아르누보에 대하여
©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아르누보/ 파리의 보주 광장 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