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정원의 암흑 시대? 2
085 알베르투스 대주교의 고민
열락悅樂정원이라는 용어가 있다. 영어의 Pleasure Garden을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1260년경 쾰른의 주교이자 세기의 석학으로 알려진 알베르투스 마그누스가 처음으로 도입한 용어인 듯하다. 정원 앞에 굳이 즐겁고 쾌락을 준다는 수식어를 붙였다는 사실은 역으로 즐겁지 않은 정원도 있다는 뜻이 된다. 사실이 그랬다.
세의 수도원 정원은 일차적으로 실용 정원이었다. 즐겁자고 만든 곳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만든 곳이고 땀 흘려 일하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정원을 거닐거나 나무 그늘에 앉아 꽃 향기를 맡고 새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기쁨의 감정이 저절로 솟아 오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이 감정을 억제해야 할까? 많은 사데들이 이런 질문을 던졌을 것이다. 수도원이라는 곳이 본래 즐거운 곳은 아닐 것이다. 즐거움을 공공연히 내색하지 않는 것이 수도원의 법도였다.
그럼에도 알베르투스 대주교의 고민을 그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열락 정원을 구상하게 된다.
사진: 수도원에 이런 정원을 만들어 놓고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스페인 그라나다 인근의 수도원 정원. © jeonghi.go
참고문헌
Hennebo, D. (1987). Gärten des Mittelalters. Artemis Verlag.
Pizzoni, Filippo; Stopfel, Ulrike (1999). Kunst und Geschichte des Gartens. Vom Mittelalter bis zur Gegenwart. Stuttgart: Dt. Verl.-Anst.
Wimmer, C. A. (1989): Geschichte der Gartentheorie. Wiss. Buchges.
고정희 (2011), 신의 정원, 나의 천국. 도서출판 나무도시.
©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중세, 정원의 암흑시대였나?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