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빛 3
089 피렌체의 봄
1348년 페스트가 휩쓸고 간 직후, 피렌체의 시인 지오반니 보카치오 (1313-1375)가 데카메론이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초봄부터 시작된 병이 삽시간에 불길처럼 번져 여름 무렵에 이미 시체와 죽어가는 병자로 도시가 가득하게 되었다.
이렇게 전염병이 극에 달했을 때 열 명의 젊은 남녀가 함께 교외의 별장으로 피신한다. 거기서 열흘을 보내며 시간을 때우기 위해 함께 음악을 연주하기도 하고 각자 하루에 하나씩 이야기를 풀어 모두 백개의 이야기를 남긴다.
여기까지는 모두 아는 내용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사흘째 되는 날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새벽 일찍 소풍을 떠나 인근 언덕에 있는 다른 별장을 탐험하러 갔다. 그 별장은 텅 비어있었으나 마치 누가 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한 듯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고 지하실에는 와인과 시원한 물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별장의 중정을 지나 테라스로 나가자 눈앞에 신록과 꽃이 가득한 정원이 펼쳐졌다. 그들은 모두 아~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니! 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여기서 우리는 중세 말,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정원에 대한 묘사와 만나게 된다. 그 정원은 어떻게 생겼을까? 여기서 르네상스 정원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림: 보티첼리의 봄. 메디치 가문의 리카르디 궁전을 장식하기 위해 그린 작품으로 보카치오의 정원묘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도 한다. 우피치 미술관 소장. public domain
참고문헌
- Boccaccio, Giovanni (2013): Das Dekameron. 4. Auflage. Frankfurt am Main, Fischer Taschenbuch (Fischer Klassik, 90006).
- Brion, M. (1970): Die Medici: eine Florentiner Familie, Brockhaus
- Fabiani Giannetto, Raffaella (2008): Medici gardens. From making to design. Philadelphia: University of Pennsylvania Press (Penn studies in landscape architecture).
- Zimmermanns, Klaus (1984): Ein europäisches Zentrum der Kunst : Geschichte, Denkmäler, Sammlungen. Köln: DuMont (DuMont Kunst-Reiseführer).
© 100장면으로 읽는 조경의 역사/중세의 빛 3